
더 좋은 회사로 가면 무조건 나아질까요? 저는 그 믿음을 가지고 첫 이직을 했다가, 출근한 지 7일 만에 다시 짐을 쌌습니다. 이직이 정답이 될 때와 오히려 후회로 이어질 때는 분명 다릅니다. 네 번의 이직을 거치며 직접 부딪혀 확인한 이야기를 꺼내보려 합니다.
이직 판단기준, 뭘 먼저 봐야 할까
이직을 고민할 때 많은 분들이 가장 먼저 꺼내는 게 연봉입니다. 저도 초년생 시절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연봉 기준으로만 판단했던 이직은 한 번도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직의 핵심 판단 기준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 성장 가능성: 내가 이 회사에서 지금 갖지 못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가
- 지속 가능성: 이 환경에서 1년, 3년 뒤에도 멀쩡히 일할 수 있는가
- 자기다움: 회사 사람이 아닌, 나 자신으로 살 수 있는가
커리어 개발(Career Development) 관점에서 보면, 이직은 단순한 이동이 아닙니다. 여기서 커리어 개발이란 단순히 직급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시장에서 가진 고유한 경쟁력을 축적해 나가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초년생 때는 실무 역량을 다지는 것이 우선이지만, 연차가 쌓일수록 팀 관리나 조직 문화 구축 같은 영역도 성장의 기준에 포함됩니다. 정말 뛰어난 사람인데도 일정 단계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하는 경우를 보면, 대부분 실무 능력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이나 사람 관계에서 막힌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부분은 저도 세 번째 직장에서 절실하게 배웠습니다. 실제로 저는 세 번째 직장에서 새로 온 팀장과 업무 스타일 차이로 인해 항상 부딪혔고 점차 관계가 안좋아지기 시작했었습니다. 하지만 상사이고 팀장이기에 스타일을 맞춰보기도 했지만 점차 저 자신만의 업무 스타일과 더불어 저 자신을 잃어버리는 느낌을 받으며 번아웃이 심하게 왔고 결국 4년 차에 퇴사를 결심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직 시기를 따질 때 한 가지 기준을 더 드리자면, '이 회사가 내 세계의 전부처럼 느껴질 때'입니다. 그게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회사에 삶 전체가 매몰되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 한 번쯤 거리를 두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워라밸, 성장과 소모를 구분하는 기준
워라밸이라는 말이 너무 흔해지다 보니 오히려 가볍게 느껴지는 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 두 번째 직장 경험은 이 문제를 절대 가볍게 볼 수 없다는 걸 몸으로 알게 해줬습니다. 야근이 반복되고, 새벽 1시에서 2시에 퇴근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심지어 과로로 인해 주말에도 피로가 회복되지 않는 생활이 8개월 이상 이어졌습니다. 퇴근 후 씻고 눈 붙이면 다시 출근 시간이었습니다. 워라밸(Work-Life Balance)이란 업무 시간과 개인 생활시간의 균형을 의미하는 개념입니다. 이 균형이 무너졌을 때는 단순히 피곤한 것이 아니라 판단력과 자기 효능감 자체가 떨어집니다. 자기 효능감이란 '내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인데, 이게 약해지면 일의 질도 대인 관계도 동시에 흔들립니다. 워라밸을 포기할 정도로 일을 쏟아붓는 게 성장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성장과 소모는 전혀 다릅니다. 성장은 내가 배우고 내공이 쌓이는 과정이고, 소모는 비효율적인 구조가 개인에게 전가되는 상태입니다. 야근이 반복되는 조직일수록 대체로 프로세스의 문제이지, 직원 개인의 열정 부족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장시간 노동이 반드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출처: 한국고용정보원). 이직을 고민 중이라면 지금 쌓고 있는 것이 경험인지, 아니면 단순히 버티는 것인지 솔직하게 구분해 보시길 권합니다. 저는 두 번째 직장에서 심각한 업무 강도로 인해 새벽까지 잦은 야근을 하면서 저의 삶이 없고 저 자신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판단이 들어 과감하게 퇴사와 이직을 결심했고 재차 이직을 했었습니다. 더불어 저의 개인적인 한 마디를 더 덧붙이자면, 자신이 떠났던 이유가 조직 문화나 리더십처럼 구조적인 문제였다면, 조건이 좋아졌다는 이유만으로 돌아가는 건 위험합니다. 저도 세 번째 직장에서 그 실수를 했습니다. 연봉은 올라갔지만 팀장의 감정적인 태도와 비합리적인 의사결정 방식은 그대로였습니다. 돈이 바뀌어도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복귀제안, 받았을 때 어떻게 판단할까
퇴사 후 같은 회사에서 더 높은 조건으로 돌아오라는 연락을 받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저도 직접 그 상황을 겪었고, 결국 돌아가는 선택을 했습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다시 되돌아보면 그 결정을 후회합니다. 당시 저는 인정받는다는 감정과 더 나은 연봉 조건이 겹치면서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조직 문화와 인간관계는 연봉 협상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제가 떠났던 이유의 핵심이 팀장의 리더십 문제였다면, 그 팀장이 그대로인 이상 구조는 변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제가 생각하는 이직과 복귀 결정에서 참고할 만한 기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내가 떠난 이유가 연봉·처우 문제였는가, 아니면 사람·문화 문제였는가
- 복귀 제안을 받기까지 조직 내부에 실질적인 변화가 있었는가
- 다시 돌아갔을 때 3년 뒤 내 모습을 그릴 수 있는가
직무 만족도(Job Satisfaction)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급여, 관계, 성장, 자율성, 안정성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되는 심리적 상태입니다. 연봉 인상은 그 중 하나의 요소일 뿐입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직장 이직 이유 중 '직장 내 인간관계 및 근무 환경'을 꼽는 비율이 연봉 불만을 넘어선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통계청). 숫자로 포장된 조건이 판단을 흐리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저는 몸으로 배웠습니다. 실제로 네 번의 이직을 거치며 저는 이직 횟수보다 매번 어떤 이유로 움직였고 거기서 무엇을 가져왔는지가 훨씬 중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완벽한 직장은 없고, 모든 선택에는 트레이드오프가 있습니다. 중요한 건 자신이 무엇만큼은 포기할 수 없는지 아는 것, 그리고 그 기준을 이직 전에 먼저 세워두는 것입니다. 지금 이직을 고민 중이라면 연봉 협상 스킬보다 그 기준을 먼저 정리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