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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의 회사 동호회 생활 (편견, 볼링, 소속감)

by 해빗 2026. 5. 20.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소파에 누워 카카오톡 친구 목록을 습관처럼 열어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연락할 사람은 많은데 막상 먼저 연락하기가 애매하고, 결국 인스타그램 피드만 내리다 잠드는 밤. 그러다 뜬금없이 볼링 동호회에 가입했고, 생각이 꽤 많이 바뀌었습니다.

직장인들의 회사 동호회 생활

"회사 사람은 결국 회사 사람일 뿐"이라는 편견

솔직히 말하면 저는 꽤 오랫동안 회사 동호회를 불필요한 활동으로 봤습니다. 전 직장에서는 업무 강도도 높았고, 퇴근할 때쯤이면 몸도 마음도 완전히 소진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퇴근 후에 회사 사람들과 시간을 또 보낸다는 개념 자체가 피로하게 느껴졌습니다. "회사는 퇴사하면 관계가 끊어지는 공간이다"라는 생각이 강했고, 그래서 굳이 에너지를 쏟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퇴근 후의 시간은 가족이나 오래된 친구들처럼 진짜 내 삶에서 중요한 사람들을 위해 써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이 생각 자체가 틀렸다고는 지금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됐습니다. 일반적으로 회사 동호회는 억지스러운 친목 자리라는 인식이 있는데, 저도 정확히 그렇게 생각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동호회 자체보다 그 자리에서 생기는 위계 관계나 눈치가 더 피곤할 것 같다는 선입견이었죠. 당시에는 그게 합리적인 판단처럼 느껴졌습니다.

예상 밖이었던 볼링 동호회 경험

지금 회사에서 볼링 동호회에 가입한 건 사실 우연에 가까웠습니다. 분위기상 한두 번만 얼굴 비추고 흐지부지하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달랐습니다. 볼링을 치는 동안에는 직급이나 업무 관계가 자연스럽게 옅어집니다. 핀을 쓰러뜨리면 같이 웃고, 거터가 나오면 같이 안타까워하다 보니 업무 시간에는 보이지 않던 사람의 성격이 드러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업무 중에는 말투 하나에도 오해가 생기던 사람이, 볼링장에서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대화하는 걸 보면서 "아, 이 사람이 원래 이런 스타일이었구나"라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이런 경험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단순 접촉 효과(Mere Exposure Effect)와도 연결됩니다. 단순 접촉 효과란 어떤 대상에 반복적으로 노출될수록 그 대상에 대한 친밀감과 호감이 높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업무 외 공간에서 같은 활동을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심리적 거리가 좁혀지는 겁니다. 또한 이런 비공식적인 교류는 조직 내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을 높이는 데도 영향을 줍니다. 심리적 안전감이란 구성원이 자신의 의견이나 실수를 두려움 없이 표현할 수 있다고 느끼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실제로 볼링 모임 이후 업무 중 대화가 더 편해진 경우가 있었고, 협업 시 의견 충돌이 줄어든 경험도 있었습니다. 구글이 2016년에 발표한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 연구에서도 팀 성과를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심리적 안전감을 꼽았습니다(출처: Google re:Work).

동호회를 통한 제3의 공간이 주는 소속감

요즘 2030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료 소모임이나 취향 기반 커뮤니티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점심값을 아끼면서도 월 3~5만 원짜리 독서 모임이나 러닝 크루에 기꺼이 돈을 내는 현상입니다. 이걸 단순히 "돈 주고 친구 사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조금 다르게 해석됩니다. 이건 제3의 공간(Third Place) 개념과 맞닿아 있습니다. 제3의 공간이란 집(제1의 공간)도 아니고 직장(제2의 공간)도 아닌, 편안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중립적인 공간을 말합니다.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가 제시한 개념인데, 현대인에게 이 공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이런 모임이 잘 작동하는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나이, 직급, 학력 없이 취향으로만 연결되는 느슨한 연대 구조
  • 정해진 주제와 시간 안에서만 교류하는 명확한 경계
  • 모임 후 부담 없이 헤어지는 관계의 가벼움

사회학자 마크 그라노베터는 이를 약한 연결의 힘(Strength of Weak Ties)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매일 보는 사람에게서는 얻기 어려운 새로운 정보나 자극을 느슨하게 연결된 사람들에게서 얻게 된다는 이론입니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사회적 고립감은 OECD 국가 중 상위권에 해당하며, 특히 30대의 고립감이 두드러진다고 나타났습니다(출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볼링 동호회도 결국 비슷한 역할을 했습니다. 회사 안에서는 김대리로 불리지만, 그 공간에서는 볼링 점수가 형편없는 사람으로 놀림받으면서 웃을 수 있었습니다. 거창한 이유가 필요한 게 아니라 그냥 그 시간이 숨통을 틔워줬다는 표현이 맞습니다. 모든 동호회가 좋은 건 아닙니다. 처음 한두 번 나가봤을 때 분위기가 억지스럽거나 업무 연장선처럼 느껴진다면 굳이 계속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억지로 참여하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풀어가는 겁니다. 저처럼 동호회에 부정적이었던 분들도, 한 번쯤은 부담 없이 발을 들여볼 만합니다. 생각보다 그 느슨한 시간이 꽤 괜찮을 수도 있습니다.

 

참고: https://youtu.be/5vDCwp195Rk?si=J-5QpTm_UBDlUr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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