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급 200만 원 중반으로 4년 만에 8천만 원을 만들었다고 하면 대부분 "그게 가능해요?"라는 반응부터 나옵니다.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해보니 소득 크기보다 돈을 다루는 구조가 훨씬 결정적이었습니다. 월급이 적어서 못 모으는 게 아니라, 구조 없이 흘려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자산 형성, 왜 1억부터일까
"1억 모으면 뭐가 달라지냐"는 질문을 종종 듣습니다. 저도 처음엔 이 질문이 꽤 날카롭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목돈이 쌓이기 시작하자, 생각하는 방식이 실제로 달라졌습니다. 결혼, 청약, 사업, 투자 같은 단어들이 막연한 꿈이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비유하자면 항공기가 이륙해서 성층권에 진입하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성층권까지 올라가야 공기 저항이 사라지듯, 자본 축적에도 어느 임계점을 넘어야 복리(Compound Interest) 효과가 본격적으로 작동합니다. 여기서 복리란 원금뿐 아니라 이자에도 이자가 붙는 구조를 말합니다. 시간이 짧을 때는 체감이 거의 없지만, 5년에서 10년이 넘어가면 같은 금액을 모아도 수익 규모가 크게 벌어집니다. 또 한 가지 자주 나오는 걱정이 인플레이션입니다. "7년 뒤에 1억을 모아봤자 지금 1억 가치가 아니지 않냐"는 말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우리나라 근원물가지수(Core CPI)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약 2% 수준을 유지해 왔습니다. 여기서 근원물가지수란 식품과 에너지처럼 가격 변동이 큰 품목을 제외하고 측정한 물가 지표로,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파악하는 데 씁니다(출처: 한국은행). 이를 7년에 적용하면 지금 1억의 가치를 유지하려면 약 1억 1,550만 원을 모아야 합니다. 처음부터 이 숫자를 목표로 잡으면 오히려 현실적인 계획이 세워집니다. 청약 역시 비슷한 맥락입니다. 수도권 신축 아파트 공급이 줄어드는 구조에서 청약 경쟁률은 앞으로도 쉽게 낮아지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계약금 비율이 20%까지 올라간 단지도 늘었습니다. 아무리 저렴한 분양가라도 계약금 1억 없이는 청약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중도금 대출, 잔금 대출은 여건에 따라 활용할 수 있지만, 그 시작점이 되는 계약금은 자기 돈이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입사 초기부터 1억 모으기를 목표로 은행 적금 상품과 ETF 투자, 연금 저축에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끔 손해를 보긴 하더라도 꾸준한 수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정부에서 지원하는 청년 관련 청년 계좌를 신청하여 높은 이자를 받고, 직장이 있는 지역에서 진행하는 청년 지원금 제도를 활용하여 지원금도 수령받았습니다. 이렇게 약 4년을 모으고 나서 1억은 모으지 못했지만 약 8천만원 가량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ETF적립이 핵심인 이유
제가 직접 써봤는데, 가장 효과가 컸던 방법은 복잡한 투자 기법이 아니라 통장 구조를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월급 통장을 만능 통장으로 쓰면 한 달 동안 뭘 얼마나 썼는지 파악 자체가 안 됩니다. 내역이 뒤섞이면 자연스럽게 "뭐 그냥 됐겠지"로 넘어가게 됩니다.
제가 실제로 운영했던 통장 구조는 이렇습니다.
- 월급 통장: 급여를 수령하는 용도만. 입금 당일 전액 이체하고 잔액은 0으로 유지합니다.
- 소비 통장: 당월 고정 생활비를 넣어두고 체크카드나 신용카드 결제, 현금 인출을 이 통장에서만 합니다.
- 계절 지출 통장: 명절, 여행, 경조사, 자동차 보험료처럼 매달은 아니지만 연간 단위로 예측 가능한 지출을 12분의 1씩 매달 적립합니다.
- 예비 통장(저수지 통장): 예상치 못한 지출에 대비한 한 달치 생활비 수준의 완충 자금을 보관합니다.
이 구조의 핵심은 소비 통장 안에서도 예산을 세분화하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식비를 단순히 "100만 원"으로 잡는 게 아니라 마트 장보기 60만 원, 외식 20만 원, 배달 20만 원으로 쪼개면 어디서 새는지가 바로 보입니다. 같은 돈을 써도 예산 범주 안에서 쓰는 것과 그냥 쓰는 것은 연말 결산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단순히 통장을 나눴을 뿐인데 소비 패턴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ETF 투자는 저에게 분명한 전환점이었습니다. ETF(Exchange Traded Fund)란 주식시장에 상장된 펀드로, 특정 지수나 자산군에 분산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개별 종목을 직접 골라야 하는 부담 없이, 시장 전체에 올라타는 방법입니다. 저는 단기 수익보다 적립식 투자(Dollar Cost Averaging)를 선택했습니다. 적립식 투자란 주가 수준에 상관없이 매달 정해진 금액을 꾸준히 매수하는 방식으로,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주가가 떨어지는 달에도 기계적으로 매수했고, 그게 오히려 나중에 수익으로 돌아왔습니다. 퇴직연금(IRP, 개인형 퇴직연금계좌)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IRP란 퇴직금을 근로자 본인이 직접 운용할 수 있는 계좌로, 연간 최대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집니다. 많은 분들이 IRP를 먼 미래의 일처럼 여기는데, 세제 혜택과 복리 효과를 고려하면 지금 당장 활용하지 않는 게 오히려 손해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당장 손에 쥐는 돈이 아니어서 아깝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판단이 맞았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통장쪼개기, 저축은 얼마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월급 250만 원인데 100만 원 이상은 저축 못 한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저도 그 상황을 이해합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300만 원 받을 때까지 기다리면, 그사이 잃어버린 시간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무리한 저축률을 설정하면 오래 못 갑니다. 저는 처음에 월 95만 원부터 시작했고, 매년 10만 원씩만 증액했습니다. PT를 받을 때 처음부터 100회를 시키지 않듯, 저축도 근육을 키우듯 서서히 올리는 방식이 지속 가능성을 높입니다. 이렇게 7년을 가면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목표금액 1억 1,550만 원을 충분히 넘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청년 지원 통장이나 정부 저축 지원 제도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2024년 기준 청년도약계좌는 정부 기여금과 비과세 혜택을 동시에 제공하는 상품으로, 자격이 되는 분이라면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출처: 금융위원회).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런 제도들은 정보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사이에서 실질적인 자산 격차를 만듭니다. 귀찮아서 지나치기엔 놓치는 혜택이 너무 큽니다. 일부에서는 "소득이 낮으면 투자보다 소득을 먼저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저는 그 말이 완전히 틀리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소득을 늘리는 것과 지금 가진 돈의 구조를 잡는 것은 동시에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소득이 올라도 지출이 같이 올라가면 자산은 쌓이지 않습니다. 소득 문제와 소비 구조 문제를 혼동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8천만 원을 모아보니 결국 자산 형성은 의지보다 시스템의 문제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월급이 적어서 못 모은다는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구조 없이 돈을 다루면 월급이 많아도 모이지 않고, 구조가 있으면 적은 월급으로도 쌓입니다. 지금 당장 통장을 나누고, 자동이체 날짜를 급여일에 맞추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작게 시작해도 시작 자체가 안 하는 것과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듭니다. 저도 실제로 직장에 처음 입사한 신입 때 소중한 첫 월급으로 작게 시작하여 4년이 지난 지금 약 8천만원까지 모을 수 있었습니다. 첫 한 걸음이 곧 최종 목표인 1억에 닿을 수 있도록 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