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난청을 '나이 든 사람의 문제'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주변 지인이 조금씩 말을 되묻기 시작했을 때도 그냥 피로가 쌓인 탓이라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그 지인이 결국 한쪽 청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진단을 받던 날, 저는 제가 얼마나 이 문제를 가볍게 봤는지 실감했습니다.
말을 되묻는다면, 청력저하를 의심해야 합니다
제 지인은 처음에 "귀가 좀 먹먹하다"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TV 볼륨을 조금씩 올리기 시작했고, 전화 통화를 끝내고 나서 내용을 잘 못 알아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병원을 계속 미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귀가 먹먹하다던 시점이 바로 개입이 필요했던 때였습니다. 이비인후과 전문의에 따르면 난청의 증상은 생각보다 폭이 넓습니다. 단순히 소리가 안 들리는 것 외에도, 이명(耳鳴)이라고 불리는 귀 안에서 소리가 나는 증상, 귀에서 진물이 나오는 이루(耳漏), 외이도 염증으로 인한 통증, 그리고 심한 경우 어지럼증과 안면마비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귀가 단순히 소리를 듣는 기관이 아니라 몸의 평형을 유지하는 기관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가 직접 들어보니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상대방 말을 전체적으로 못 듣는 게 아니라, '쌀', '칼', '탈'처럼 높은 주파수의 자음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아', '어' 같은 모음은 저음 대역이라 비교적 잘 들리지만, 고음 대역의 자음이 뭉개지면서 말의 의미를 잘못 알아듣게 됩니다. 그러니까 상대방이 크게 말해줘도 명료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난청의 정도는 데시벨(dB) 단위로 구분합니다. 정상 청력은 25dB 이하의 작은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상태이며, 이후 단계는 다음과 같이 나뉩니다.
- 경도 난청: 25~40dB (조용한 대화에서 일부 놓치기 시작)
- 중등도 난청: 45~55dB (일상 대화에서 불편함 발생)
- 중등고도 난청: 55~70dB (큰 소리도 잘 알아듣지 못함)
- 고도 난청: 70dB 이상 / 심도 난청: 90dB 이상 (와우이식 고려 단계)
전음성과 신경성, 같은 난청이라도 치료가 다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많은 분들이 난청이면 그냥 보청기를 끼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원인에 따라 치료 방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전음성 난청(傳音性 難聽)이란 소리가 외이에서 중이를 거쳐 내이까지 전달되는 경로 어딘가에 문제가 생긴 경우입니다. 쉽게 말해 귓구멍이 막히거나, 귀 안에 물이 찼거나, 중이염이 있는 상태입니다. 이 유형은 시술이나 수술로 원인을 제거하면 청력이 상당 부분 회복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삼출성 중이염이 심해져 귀 안에 점액이 고인 경우, 환기관 삽입술이라는 시술을 통해 고막에 작은 구멍을 내고 분비물을 빼주면 청력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기관 삽입술이란 고막에 작은 관을 삽입하여 중이 내 압력을 조절하고 삼출액 배출을 돕는 시술을 뜻합니다. 반면 감각신경성 난청(感覺神經性 難聽)은 달팽이관, 즉 내이(內耳)나 청신경 자체에 손상이 생긴 경우입니다. 달팽이관은 소리의 진동을 전기 신호로 바꿔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기능이 떨어지면 소리를 키워도 말을 명확하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소리 자체는 귀에 들어오지만 '맑기'가 살지 않는 것입니다. 이 유형은 한번 손상되면 기능 회복이 매우 어렵고, 보청기를 통한 재활이 주된 접근법이 됩니다. 신경성 난청이 무서운 이유는 여러 요인이 누적되어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소음 노출, 이독성 약물(耳毒性 藥物, 달팽이관 세포를 손상시키는 약물로 일부 항암제나 신장독성 약물이 이에 해당합니다), 감염, 호르몬 불균형, 그리고 노화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70세가 되면 약 3분의 1이 청력 저하를 경험하고, 80세에는 절반 이상이 해당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출처: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젊을 때부터 소음 환경을 줄이고 이어폰 볼륨을 관리해야 한다는 말이 이래서 나옵니다. 또한 돌발성 난청이라는 유형도 있습니다. 돌발성 난청이란 특별한 전조 없이 갑자기 한쪽 또는 양쪽 청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상태로, 대부분 혈액순환 장애가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달팽이관은 뇌와 마찬가지로 혈류가 3분만 차단되어도 세포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증상 발생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보청기 재활, 적응하는 것이지 낫는 것이 아닙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보청기를 끼면 청력이 회복된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보청기는 청력 자체를 되살리는 기기가 아니라, 남아 있는 청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소리를 증폭해 주는 보조 기기입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좀 더 정확히 알게 된 건 지인이 보청기를 맞추는 과정을 곁에서 보면서였습니다. 보청기 피팅(Fitting)이란 개인의 청력 손실 패턴에 맞춰 주파수별 증폭량을 세밀하게 조정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이 과정이 잘 이뤄지면 말귀를 50%밖에 알아듣지 못하던 상태에서 80% 수준으로 올라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음 자음의 명료도가 낮은 신경성 난청의 경우, 소리를 키워도 '쌀'과 '달'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한계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고도 난청 이상에서 보청기만으로 한계가 있을 때는 와우이식(蝸牛移植)을 고려하게 됩니다. 와우이식이란 손상된 달팽이관을 대신해 청신경을 직접 전기 신호로 자극하는 인공 달팽이관 장치를 이식하는 수술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15억 명 이상이 어떤 형태로든 청력 손실을 겪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가 적절한 치료나 재활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출처: WHO). 무엇보다 저는 이 경험을 통해 난청이 사회적 고립과 깊이 연결된다는 점을 절감했습니다. 대화에서 자꾸 빠지게 되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나이 든 분의 경우에는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질 위험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또래 대화나 수업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우발적 학습 기회 자체가 차단되어 언어 발달에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결국 난청은 소리를 못 듣는 감각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방식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입니다. 저는 이 일을 겪고 나서 작은 이상 신호도 그냥 넘기지 않으려고 합니다. 귀가 먹먹하다거나 말을 자주 되묻게 된다면 피로 탓으로 돌리기보다 이비인후과에서 청력 검사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초기에 대응할수록 선택지가 훨씬 많아집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청력에 이상이 느껴지신다면 반드시 전문의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